당신에겐 단 한가지 길밖에는 없습니다. 당신의 마음 깊은 곳 속으로 들어가십시오. 가서 당신에게 글을 쓰도록 명하는 그 근거를 캐보십시오. 그 근거가 당신의 심장 가장 깊은 곳까지 뿌리를 뻗고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글을 쓸 수 없게되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이것을 무엇보다 당신이 맞이하는 밤 중 가장 조용한 시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나는 꼭 글을 써야 하는가?] 깊은 곳에서 나오는 답을 얻으려먼 당신의 가슴 깊은 곳으로 파고 들어가십시오. 만약 이에 대한 답이 긍정적으로 나오면, 즉 이 더없이 진지한 질문에 대해 당신이 [써야만 해]라는 강력하고도 짧은 말로 답할 수 있으면, 당신의 삶을 이 필연성에 의거하여 만들어 가십시오. 당신의 삶은 당신의 정말 무심하고 하찮은 시간까지도 이 같은 열망에 대한 표시요 증거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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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생이 너무 보잘것없어 보인다고 당신의 일상을 탓하지는 마십시오. 오히려 당신 스스로를 질책하십시오. 당신의 일상의 풍요로움을 말로써 불러낼 만큼 아직 당신이 충분한 시인이 되지 못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십시오. 왜냐하면 진정한 창조자에게는 이 세상의 그 무엇도 보잘것없어 보이지 않으며 감흥을 주지 않는 장소란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겨우 몇 장 읽은, 얇고 얇은 릴케의 편지집~! 하지만 양은 중요치 않았다. 지나치는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을 때리고 정신을 흔들어 놓았다. 이렇기에 책이 시대를 초월하며 누구에게나 소중한 존재로 자리잡는 것이다. 한줌의 먼지로 변한지 오래인 그의 단어와 문장과 생각이, 먼 훗날의 어리석고 겁많은 한 사람에게 큰 힘을 실어주고 있으니까.
이렇게도 주옥같은, 숨을 쉬는 문장들이 그득한 편지를 받은 [프란츠 크사버 카푸스] 너무 부럽다. 이 책에 나온 모든 문장들은.. 릴케가 프란츠를 위해 쓴 편지를 위한 것이었기에......
당신을 이렇게 위로하려 애쓰는 이 사람이 당신에게 가끔 위안이 되는 소박하고 조용한 말이나 하면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나의 인생 역시 많은 어려움과 슬픔을 지니고 있으며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뒤쳐져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 사람이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과거 어느 날엔가 논란의 중점에 서서 한참 빛을 발휘했던 소설을 이제서야 다 읽었다. 이 소설은 제목부터가 상당히 도발적이어서 예전부터 끌였는데.. 구입하기가 망설여져서 손에 쥐고 읽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던 작품이다. 아니 언제부터인가 소설 구입이 좀 아깝더라고.. 인문서와는 달리 한 번 읽고나면 다시 책장에서 끌어내어 읽는 일이 별로 없는게 소설이니까. 게다가 미디어 조작으로 별볼일 없는 소설들이 판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래서 정히 소설을 구입하고 싶으면.. 시간이 선별해 준, 소위 말하는 스테디셀러 혹은 명작들을 구입했기 때문에.. 요즘 소설인 이 작품을 구입하는 일에 대해서 재빠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가 일본에 있는 아들 보라고 사주셨다네.-_- 그래서 시골집 책장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더라고.. 내심 읽고 싶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이 책을 읽게 된다니.. 기뻐서 냉큼 집어왔다.
책을 집어오기 전에 인터넷을 떠돌던 극과 극을 달리던 평가들을 떠올리며 아빠에게도 슬그머니 그 감상을 물었더니.. 아버지 왈 [이거 좀 이상하더라.. 내용이.. 내가 이러니 요즘 문학상을 신뢰 못하는거야..-_-] 라고 강하게 한 마디 박아 주셨다.
흐음... 확실히 내용적인 면에서 기성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엔 무리가 있는 작품이지. 그래서 동생녀석에게도 물어보니.. 역시나 녀석은 [재미있던데? 신선하고..]라는 한 마디로 설명해줬다.
우선.. 간만에 모국어로 된 소설을 읽으니 눈물나게 즐거웠다. 읽어나가는 속도감은 롤러코스터를 타는듯한 짜릿함을 안겨주었고, 모르는 단어, 혹은 읽지 못하는 단어가 없다는 점은 눈물나게 평온함을 선사해 주었다. 모처럼 모국어에 내 몸을 던진 느낌?!?!? 번역소설의 어색함이 묻어나는 문장도 없고 말이지. 그저 모든게 완벽한 느낌처럼 다가왔다..(는 좀 과장이지만.. 암튼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이 쓴 작품을 간만에 읽으니 매마른 감동의 샘이 솟아 올랐다)
난 개인적으로 작가님께 묻고 싶다. 축구를 좋아하십니까.. 진정으로? 진심으로? 신실하게??? -_-
여지껏 몰라왔던 수많은 축구 관련 에피소드와 엮어가는 구조는 [이건 흥미로운걸..]이라는 말을 계속 중얼거리게 만들었다. 흔히 이런 말들을 하지. [인생이야말로 가장 극적인 작품이다.]라고.. 축구계에서 일어났던 수 많은 에피소드는 단순히 누군가의 상상력으로 태어난 것들이 아닌, 과거에 존재했던 실제 사건들이잖아. 너무 극적이라서 거짓말 같은 사실들과 함께 읽어 나가는 소설..! 재미면에서 어떠냐고 물어오신다면 나는 엄지를 번쩍 들겠다. [요거 재미난다니까~ 캬하]
이 땅에서는 법적으로 불가능한...두 남자와 결혼해서 둘 다 잘 보듬고 살아보려는 여자 이야기.. 사실 이런 캐릭터의 인물.. 심히 자기중심적으로 보이면서 괘씸하게 느껴지는게 당연한건데.. 작가님께서는 그녀야말로 진정으로 인생을 아는 사람처럼 표현해 주셨다. 읽는 내내 인아(여자 주인공 이름)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였다니까..(그런다고 내가 일처다부제를 옹호한다는건 아님..) 얄밉다..라는 느낌보다는..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사서 고생하는게 안쓰럽게 여겨졌다. 그렇기에 사랑하는 두 남자와 결혼을 해서 함께 살고 싶다는 그녀의 방식에 [이게 뭐야..당신 제정신이야?] 를 일관하면서도 그녀의 주장에 질질 끌려오는 남자 주인공이 미웠다. 녀석이야말로 우유부단한게 [이 인간 어디에다 써 먹겠어? 인아니까 데리고 살지..]라는 말이 툭 튀어 나올 정도로...ㅋ
인아라는 캐릭터에 연민과 동정 비슷한 감정을 갖게 된건.. 내가 여자라서인가? 라는 생각이 갑자기 머리를 스쳤다. 사실 인아가 남자였다면 설득력도 떨어졌을거야. 독자가 느끼는 자극도 크지 않았을거고.
그나저나 여자의 두집살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깨닫게 해준 작품이다..-_-;;;;;;;;;;; 나처럼 게으른 인간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도.. 후후
인아와 덕훈의 묘한 대립을 굳타이밍에 쉽게 설명해주는 축구 관련 상식과 에피소드.. 혹자는 이 덕분에 축구에 관심을 두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겐 역시나 축구는 공 가지고 하는 단순플레이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오히려 축구를 비유로 여러 심오한 사상을 설명하는게 웃겼다니까. 그런 문장이 나올 때마다 혼자 버럭버럭 소리 질렀지(마음 속으로..) [아니 그래서 이거랑 그거랑 같냐고..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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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엔가.. 일부다처제로 사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동네..를 소개한 오프라쇼가 생각났다. 같은 남자와 결혼한 두 자매, 5명의 부인과 20명 정도의 자녀를 둔 남자.. 이런 대가족 덕분에 그 동네 집들은 다들 으리번쩍하더라. 방도 기본 10개 정도 되고 말이지. 소설에 나왔던 [컴퍼션 compersion]이라는 개념이 그들 사이에도 존재했을까. 성적 질투심과 반대되는 뜻을 가진 [컴퍼션 compersion]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는 것을 볼 때 생기는 따스한 감정을 뜻한단다. 폴리피델리티스트들이 이 말을 만든건 실제로 그런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데...
난 [컴퍼션 compersion]의 존재는 커녕, 그들이 그저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위해 만든 단어라는 생각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게 정말 존재한다면.. 당신들이 나서서 이 세상을 좀 바꿔보라고...(버럭)
간만에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갔다. 주말이면 혼자 자주 가곤 했었는데 방학 내내 시골에 있어서 이 즐거움을 무려 2개월동안 즐기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오늘.. 그 습관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주말에 갈 때마다 [사람이 너무 많네.. 다음엔 꼭 평일에 와야지..] 늘 다짐하곤 하는데 항상 주말에 가는 나는 뭐란 말이냐..-_-
암튼.. 앞 날을 위해서 일본어 초급 교재 몇 개 들춰보고 외국어서적 쪽으로 향했다. 집에 잔뜩 있는 일본 소설도 아직 다 읽지 않았는데 또 신간 구입하기엔 뭔가 아깝고 나름 전공 살려보고 싶어 사회문화 쪽에 서성이던 중 눈에 들어오던 책! 그래.. 예전에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어.. 요거요거요거 요거 사야지...ㅎㅎ
그건 바로.. 하류사회(下流社會)
미국의 한 저널리스트가 미국 하류계층(여긴 사회가 아니라 확실히 계층같다..)이 주로 종사하는 직업에 뛰어들어 그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몇 달간의 체험을 통해 보고한 책..을 수업시간에 이야기 하시면서 미우라상의 하류사회도 잠깐 언급했었다.
요거요거요거 재미있어 보였는데..ㅋ
그러면서 냉큼 집어들고 또 뭐 없다 서성이던 중에 눈에 확 들어온 책 다치바나 다카시의 -생, 사 신비체험-이었다. 다치바나의 날카로운 말투를 좋아하는 나로서.. 요거 또한 스쳐지나갈 수가 없겠더라. 게다가 다치바나상이 엔도 슈사쿠와의 대담도 실려 있잖아..그것도 2개씩이나..*^^*
떡 하니 진열되어 있는 책을 그저 집어 들고 나온것 뿐인데.. 왜 깊은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은 느낌인지..-_-
기회의 평등.. 민주주의 최고의 덕목이다. 과거 특별계층에게만 허락되었던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회.. 그것들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사회.. 그것이 바로 기회의 평등..
난 이 책을 보면서 기회의 평등.. 이라는 좋은 이름 아래 우리가 정말로 놓친 무엇이 존재하지 않는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었다. 무언가의 계기가 되는, 시발점이 되는 기회.. 라는 것이 두 손에 쥐어져 있다 한들, 그 기회로 무엇을 하는데 있어 조건이 구비되지 않는다면 기회는 빛을 발하지 못할텐데...
어찌보면 당연한 [기회의 평등]에 기쁜 나머지 정말 중요한 그 무엇인가를 영영 잃어버린건 아닌가..하는 의심..(다시금 발동하는 음모설..-_-)
뭐.. 다 제쳐두고 맨 처음 등장하는 [당신은 하류인가]라는 하류도 체크 문항에서 7개(12문제에서 절반 이상 해당하면 하류..에 가깝다 한다..ㅠㅜ)가 해당한다는 것에 참을 수 없이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하고..
그런데 다시 다 제쳐두고 하류네 상류네 하는 개념 자체가 왜 필요한건가.. 다시 의심이 솔솔 고개를 쳐든다. 사람마다 자기만의 가치관, 기준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에 충족되도록 그리고 만족되도록 살면 되는 것을... 굳이 인생이라는 것에 하류니 상류니 하는 선을 그어놓고 사람 기분 나쁘게 만들다니 말이지.. 흥 이게 뭐람..-_-
저자이신 미우라 아츠시
하류사회2도 나왔던데.. 그것도 살까말까..
그래도 나 이렇게 사회의 단면 혹은 전반적인 사항을 규정짓고 이름 붙이는 것이 재미있어서 사회문화를 전공으로 선택했는데 이거 참..어허..!!
지금까지 항상 그랬듯이 나의 모든 것이 너무나 한심하고 답답하게 느껴져서 평소에는 절대 만지지도 않을 종류의 책.. 을 집어들게 되었다.
사람이 절실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더니.. 나에게 이 책이 바로 지푸라기에 가깝다 하겠다.
난 인생지침서..를 요란한 빈수레라고 늘상 생각해 왔다. 모든 지침서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결국 열심히 하자..라는 것이며 그런 식으로 마인드컨트롤을 끊임없이 반복하여도 행동으로서 표헌하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기에 그러한 지침서 읽을 시간에 세월이 걸러준 [명저]나 [고전]을 읽는게 더 큰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마시멜로 이야기(였나...).. 이후로는 가까이 하지 않으려 했다. (마시멜로 이야기.. 는 정지영 사건 전에 접했고, 1시간도 되지 않아서 책을 덮어버렸다. 단 한줄로 요약 가능한 내용에 이토록 긴 예..는 필요 없었고, 그 책에 실린 모든 문장을 하나하나 읽는게 너무나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내용도 곧 싫증나게 만들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역시 읽기 시작한지 30분도 안되어서 나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자리잡아 버렸다.)
스스로가 쓸모없다 느낄 때 너 따위가 뭘 하겠어.. 라고 어디에선가 끊임없이 술수를 걸어올 때 어떠한 상황이 다가오든지 두 다리가 후들거려 서 있을 힘도 없을 때
그럴 때는 이런 책이 조금은 도움이 된다..라는게 나의 결론이다.
그렇다고 바닥을 드러낸 자신감이 완벽히 회복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말라 비틀어진 나의 자신감이라는 [밭]에 아주 소량의 수분을 공급한 느낌이랄까.
[난 할 수 있어]라는 강한 믿음이 자리잡았다기 보다는 [일말의 가능성을 감지했어]라는 정도?!?
스스로의 평가절하를 조금은 자제함과 동시에 멀리 해야 할 책은 그리 많지 않구나(아주 없는건 아니다)라는 교훈을 얻었다.
1/3 정도 읽고 책을 덮었기에 감히 내용을 언급하는 행동 따윈 하지 않겠다. 그냥 자신이 우주먼지만도 못한 존재라 여겨질 때 이 책을 펼친다면 마음 속의 두 손이 텅 비는 일 따위는 없을 것 같다.